좋은시, 이해인 시: 한 권의 시집에서 찾는 작은 기쁨

행복을 찾는 여정은 우리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시작됩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고, 우리의 마음에 잔잔한 위로와 기쁨을 선사해 줍니다.

이해인 시인 시집 '민들레 영토'

1. 《민들레 영토》: 이해인 수녀님 첫 번째 시집

 

시집 소개:

《민들레 영토》는 1976년에 처음 출간된 이해인 수녀님의 첫 시집으로 그녀의 시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이 시집에는 민들레라는 소박한 자연물을 통해 고독, 사랑, 희망,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을 노래하며, 우리 마음 깊은 곳의 따듯한 감정을 일깨워 줍니다.
 

2. 《민들레 영토》의 특징

 

1. 소박함 속에 깊이

• 민들레와 같은 흔하고 소박한 사물을 통해 인생의 깊은 지리를 전합니다.

2. 종교적 성찰과 인간적 감정의 조화

• 종교적 메시지와 더불어 인간적인 고뇌와 희망을 담아내 독자들에게 공감을 선사합니다. 

3. 삶과 자연의 아름다움

• 자연을 관찰하여 발견한 작은 아름다움이 시의 주요 소재로 등장합니다. 

4. 따뜻한 위로 격려

• 독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시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민들레 영토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시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부터 나의 영통은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 남은 저녁노을에 
저렇게 긴 강이 흐른다
 
노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 전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의 꽃씨
 
흐려오는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픔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 싶은 얼굴이여

 

 

 

겨울 길을 간다 

 
겨울길을 간다
 
봄 여름 데리고
호화롭던 숲
 
가을과 함께
서서히 옷을 벗으면
 
텅 빈 해 질 녘에
겨울이 오는 소리
 
문득 창을 열면
흰 눈 덮인 오솔길
 
어둠은 더욱 깊고
아는 이 하나 없다
 
별 없는 겨울 숲을
혼자서 가니
 
먼 길에 목마른
가난의 행복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겨울 숲길을 간다
 

 

저녁 강가에서

 
바람 따라 파문 짓는
저녁 강가에
 
노을을 걸치고
앉아 있었다
 
등 뒤에 무겁던
시간을 잊고
 
피곤한 눈길을
강물에 적시면
 
말없이 무한정
말이 깊은 강
 
고마운 오늘을
출렁이면서
 
기쁨의 내일을
가지고 한다
 
따스한 강물에
흔들리는 노을
 
나도 자꾸만
가고 있었다
 

 

장미의 기도

 
피게 하소서
주님
 
당신이 주신 땅에
가시덤불 헤치며
피 흘리는 당신을
닮게 하소서
 
태양과 바람
흙과 빗줄기에
고마움 새롭게 하며
피어나게 하소서
 
내 뾰족한 기사들이 남에게
큰 아픔 되지 않게 하시며
나를 위한 고뇌 속에 
성숙하는 기쁨을
알게 하소서
 
주님
당신 한분
믿고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당신만을 위해
마음 가다듬는
슬기를
깨우치게 하소서
 
진정 
살아 있는 동안은
피 흘리게 하소서
죽어서 다시 피는
목숨이게 하소서
 
 

가신 이에게

 
갈꽃 같은 얼굴로
바람 속에 있었습니다
 
춥고 어두운 땅 밑에 누워
하얗게 사위어가는 당신이
지금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당신이
 
살아 있는 이들보다
더 깊고 맑은
영혼의 말을 건네주십니다
 
당신의 말은 나비가 되어
나의 하늘에서 춤을 추고
그것을 또 꽃이 되어
내 마음밭에 피고
하나의 별이 되어
어두운 밤을 밝힙니다
 
시시로 버림받고
시시로 잊히는
당신의 목쉰 소리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바람 같은 기도가 되어
 
내가 믿지 않은
사랑하지 않은
잃어버린 시간들을
올게 하고 있습니다
 
스산 바람이 눈물을 뿌려
꽃도 피지 않은
당신은 무덤가에 오면
 
살아서도 조금씩
내가 죽어가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당신이 누운 어둠의 골짜기
강 건너 저편엔
 
순간마다 촛불 켜는
누군가의 큰 손이
새벽종을 치는 이의
흰 옷자락이 너울대고 있습니다
 
 

 

편지 (어머니에게)

 
어제 보내고 돌아와
닫힌 창을 열면
순백의 옷을 입고 오는
정결한 아침
 
어머니
때로는 슬픔이 기다리는
좁은 돌층계를 기쁘게 오르다가
갑갑하게 돌아와 부른
나의 노래가 한숨일지라도
 
 
진정 오랜 한 하늘을 안고
깊은 마음 밭에 물을 뿌리게 한
신앙은 또 하나의
목숨이었습니다. 
 
한번 밖엔 주어지지 않는
짧은 여정을 위해 
얼마나 성스럽게 짐을 꾸려야 할지
그 한 분의 큰 손이
나의 어깨를 치셨습니다.
 
부르시는 소리에 옷깃을 여미며
처음인 듯 새롭게
가득히 안아 보는
은혜로운 햇살
 
어머니 
일출의 바다는 또한
일몰의 바다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님이 오실 그 바다에서
당신을 만나겠지요
 
짚 푸른 파도 같은
노래를 태우며
가야 할 아침들이 기도에 젖어
늘 깨어있었으면 합니다
어머니
 
 

 

비 내리는 날 

 
잊힌 언어들이
웃으며 살아오네
 
사색의 못가에도
노래처럼 비 내리네
 
해맑은 가슴으로
창을 열면
 
무심히 흘려버린
일상의 얘기들이
 
저만치 내버렸던
이웃의 음성들이
문득 정다웁게
빗속으로 젖어오네
 
잊힌 기억들이
살아서 걸어오네
 
젖은 나무와 함께
고개 숙이면
 
내겐 처음올
바다가 열리네
 

민들레의 영토 | 이해인 - 교보문고

 

마무리하면서

 
이해인 시집을 통해 우리의 고단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해 주는 시집입니다.  이 시집을 통해 마음이 따듯한 위한을 얻으시기 바랍니다.